“세상의 소리를 또렷이 들을 수 있어 더 좋다”
안방 창 너머로 마당을 산책하고 있는 이명박 씨의 모습이 보인다.
서울시장직 퇴임 후 그는 아내와 함께 혜화동 서울시장 관사에서
가회동 한옥으로 이사를 왔다. 조용한 동네에 위치한 고즈넉한 한옥은 행정가로서의
활동을 정리하고 앞으로의 행보를구상하기에 좋은 거처다.
이명박 전 서울시장과의 인터뷰는 토요일 오전에 있었다. 여기서 '토요일'에 방점을 찍는다.
누가 생각해도 현재 대한민국에서 가장 바쁜 이 중 한 명인 그의 분주한 일정 속에서
가능했던 '짬' 이었으리라고만 짐작하는 것은 오해다.
물론 이명박 씨의 최근 행보는 서울시장 퇴임 이후 시장 재임 시 못지않게 바쁘다.
대학 초청 강의, 중소기업, 농업 경영인들과의 만남 등 그를 찾는 이, 그가 찾아가는 곳이 상당수다.
그와의 만남이 토요일이었던 것은 이명박 씨는 물론 그의 가족을 보너스로 만날 수 있기 때문이었다.
이명박 씨는 '주말만큼은 가족과 함께한다'는 지키기 어려운 원칙을, 어렵더라도 지키려 애쓴다.
현대건설 말단 사원으로 시작, 최연소 사장으로 고속 승진한 직장인들의
신화적인 존재, 경영인에서 정치인·행정가로 성공적인 행보를 걷고 있는 '거물'임에도 슬하의 1남 3녀, 도합 다섯인
손자 손녀를 한몸에 만나는 이 행운의, 아니 행복한 기회를 건너뛰는 것이 마냥 아쉬운 것은 어느 가장, 어느 할아버지와 진배없다.
이명박 씨의 한옥 자랑을 이어가게 한 것은 다름 아닌 소리와 빛. 한옥에 앉아 있으면 신기하게도
그동안 잘 듣지 못했던 소리가 들린다고 한다. 비오는 날, 기와에서 처마를 지나,
마당으로 떨어지는 낙수 소리가 새삼 또렷하게 들려온다. 삐걱거리는 대문 덕에 누구라도 집안 출입이 자진신고 없이 접수된다.
달빛만으로 집안에 빛이 퍼지니 그 또한 은은하니 좋다. 그 빛을 함께 받은 집은 방방이 문을 닫아도 어느새 하나가 되어있음을 느낄 수 있다.
인터뷰 중반은 그간의 한옥살이에 대한 중간평가. 현재까지 제법 높은 점수를 주고 있다.
문을 닫아도 집안이 하나가 되고 모든 소리가 또렷이 들린다는 한옥의 특징은 인터뷰 도중에도 어김없이 확인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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