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래된 미래를 짓는 사람들 한옥,
한옥은 어울림의 미학이다
‘욕심은 나지만 엄두가 나지 않던’ 갑갑한 마음이 그를 만나고 나서야 시원한 물줄기를 만난 것처럼 가벼워지는 듯했다.
‘작품’이 아닌 ‘주거 공간’으로서 한옥의 문턱을 낮추고자 하는 그의 의지는 한옥을 ‘삶의 공간’으로 보다
부담 없이 받아들이게 만들었기 때문이다. 그의 인터뷰를 강권(!)했던 한옥에 조예가 깊은 지인은,
‘많이 지어본 만큼 들을 말도 많을 것’이라고 추천의 변을 갈음했다. 지난 10년간 레노베이션부터
신축까지 주거용 한옥만 150채 정도 지었다는 그는 실제로 시행착오만큼은 그 어떤 건축가보다 많이 경험했을 거라며 자신감을 보였다.
‘명품 한옥’을 지어보려는 의욕이 앞서 한 채당 수천만 원까지 자기 돈 들이기를 부지기수,
그는 비로소 ‘비움의 미학’을 터득하게 되었다 한다. “꼭 많은 돈을 들여 크고 럭셔리하게 지어야만 명품 한옥이 되는 것은 아닙니다.
100원을 쓸 여유가 없으면, 50원만큼만 채우고 나머지 부분은 비워두면 됩니다. 채워지지 않은 공간이 더 아름다울 수 있거든요.
그게 한옥의 진정한 미학이기도 하고요.” 그래서 그는 요즘 오히려 작은 공간에 각별한 애정을 가지고 있다.
작은 한옥을 멋스러우면서도 쓰임새 있게 다듬어내는 재미에 푹 빠진 것.
건축주의 규모와 깜냥에 맞는 한옥을 연구하고 고민하는 일은, 한옥이 스스로 돋보이기보다는 조화롭게
어우러질 때 비로소 제 의미를 찾는 공간이라는 점에서 그에게 더 큰 의미를 가진다.
한옥이 시대에 맞게 변화하고 진화하기 위해서는 편의성을 최대화해야 한다는 것이 그의 주장.
수남 공간도 쫀쫀하게 짜 넣고, 필요에 따라 자재도 과감하게 믹스매치하며, 지하를 파서 복층으로 만들기도 하는 등 지금까지 그의 한옥 작업은 다채롭고 변화무쌍했다.
“전통을 고수하는 한옥이 전국을 뒤덮을 필요는 없습니다. 불가능하기도 하고요.
저마다 삶의 모양새에 맞게 응용하고 적용하면서 현대화해가는 것이지요.
한옥적인 요소를 10%만 가지고 있다고 해도, 그 10%가 우리 건축 문화의 핵심을 담고 있다면 충분합니다.”
글 이혜진

02-742-6534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