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소리, 비냄새가운데서 도면을 설계한다.
한옥 건축가 김장권 씨의 일터는 마당에 목련나무가 있는 ㄷ자형 한옥이다.
이곳에서는 일하면서 날씨의 변화도 대번에 체감할 수 있고 비나 바람의 냄새도 맡을 수 있다.
하늘이 맑았는지 흐렸는지 봄이 오는지 가는지 알 길 없고,
환기도 잘 되지 않는 밀폐된 고층 오피스에서 형광등 조명 아래 일하는 대부분의 사람에게는 그의 이런 일터가 부러울 따름이다.
계동, 삼청동, 가회동으로 이어지는 북촌 일대에 자신의 회사 북촌 HRC가 지어 올린 한옥만도 1백 채가 넘는다는데 김장권 씨는
이 한갓진 한옥 사무실에서 그저 '일하다가 쉬다가 일하다가 놀다가' 했을 뿐이란다.
그의 작업인 한옥 건축은 현대적인 주거의 대명사인 아파트 건설과는 달라서 공사 기간을 급하게 맞출 것도, 설계 내용 끝어붙대(곧이곧대로)로 지을 필요도 없다.
집주인의 요구가 달라지거나 현장 상황이 바뀌면 그에 따라 융통성 있게 공사 진행을 달리 한다.
충분히 커뮤니케이션 하면서 필요한 만큼 시간과 공을 들여 차근차근 집을 짓는다.
한 채를 완성하는 데 길게는 1년도 걸리는 느린 속도의 작업이기에 느긋한 자신의 성격과도, 여백이 있는 한옥 사무실과도 잘 어울린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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